[리뷰]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가해자의 시선으로는 결코 알아챌 수 없었던 진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1-10-14 1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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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 14 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는 남편 장이 집을 비운 사이,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장은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 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결투의 승패로 승자가 정의 되는 야만의 시대, 권력과 명예를 위해 서로를 겨눈 두 남자와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건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글래디에이터’, ‘에이리언’, ‘마션’ 등의 작품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이며 에릭 재거의 원작 소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의 원작 소설은 여성이 남편의 도움 없이는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없었고,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에, 진실과 정의를 위해 용기 있게 나선 마르그리트의 실화를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역시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결투의 승자가 정의로 판정받게 되는 부당함을 겪는 마르그리트의 심정을 섬세하게 조명하는데 집중한다.

이에 관해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금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공감이 간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을 느끼며 유익함을 추구하려고 한다. 이 영화에도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있다.”라고 전했다.

 

▲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르그리트의 기구한 삶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데에는 인물 시점별로 전환되는 3장 구성이 큰 역할을 했다. 

 

영화의 각본을 맡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그리고 니콜 홀로프세너는 각기 다른 시점과 관점에서 캐릭터 성별 중심의 각본 작업을 진행했다.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남성 캐릭터인 장과 자크의 시점에서, 니콜 홀로프세너는 여성 캐릭터인 마르그리트의 시점에서 각본을 작성했다.

이들은 캐릭터에 각기 다른 관점을 부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3장 구성을 통해 인물의 시점에 따라 하나의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보이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니콜 홀로프세너는 이 작품의 각본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훌륭한 여성 캐릭터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아니었다. 제가 참여함으로써 여성으로서의 관점, 남성과 다른 시각과 목소리를 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3장 구성의 각본을 통해 깊은 여운을 가져다주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가해자의 시선과 바닥에서 올려다보는 피해자의 시선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기에 장과 자크의 시점을 그린 1,2장에서 눈치챌 수 없었던 사실을 마르그리트의 시점을 그린 3장에서 마주하게 되며 묵직한 충격을 준다. 

 

또한, 각본의 특성상 같은 시간선이 반복되고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되어도 같은 장면을 사운드와 구도 등을 통해 미묘하게 다르게 연출한 탓에 늘어진다고 느껴지지 않않다.

세 인물의 운명을 가르는 결투 재판은 중세 시대에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이뤄졌던 재판의 일종으로 당시 특유의 종교 문화와 섞여, 신의 뜻에 따라 정의가 결정된다는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한다. 증인, 증언, 다른 증거들이 불충분할 경우, 원고와 피고, 혹은 그 대리인이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결투를 통해 이기는 쪽이 무죄이자 진실, 지는 쪽이 유죄로 결정됐다. 

 

▲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단 한번의 결투로 모든 것이 판가름되는 야만적인 제도인 만큼 세 인물 사이에 얽혀있던 모든 일에 대한 진실이 전부 드러난 후, 극의 마지막 20분에 걸쳐 펼쳐지는 결투 재판 장면은 극히 처절하고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운다는 대외적인 결투 재판의 의미와 달리, 정작 장과 자크의 결투는 자신의 목숨과 명예만을 위한 싸움이었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추접지근하기 이를 데 없어 씁쓸한 심정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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