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괴이' 신현빈 "아이 잃은 감정 복잡해, 주저앉는 씬 대본에 없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3 16: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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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얼굴 갈아끼우는 배우' 수식어? 매번 새롭게 느껴주셨다면 저는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다."

 

신현빈은 2010년 영화 '방가? 방가!'로 데뷔한 후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 영화 '공조', '7년의 밤' '변산', '클로젯'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드라마 '무사 백동수', '추리의 여왕', '자백', '슬기로운 의사생활', '너를 닮은 사람'까지 매 작품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그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얼굴 갈아끼우는 배우'다. 그런 신현빈이 이번엔 '상실'과 '후회'의 감정을 전달하며 공감을 안긴다.

 

신현빈이 출연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극본 연상호·류용재, 감독 장건재, 기획 티빙·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저주받은 귀불이 깨어나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의 혼돈과 공포를 리얼하게 담아낸 작품으로,영화 '부산행', '반도'로 전 세계를 사로잡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과 드라마 '방법'으로 자신만의 오컬트 세계관을 펼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이 직접 집필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이수진 役 신현빈/티빙

신현빈은 '괴이'를 통해 '연니버스'에 입성하게 됐다. 그는 "연상호 감독님 작품을 많이 봤었다. 연니버스에는 얼떨결에 들어왔는데,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 일어나면 어떨지 생각해볼 법 한 이야기들을 하셔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끌렸다. 장건재 감독님의 전작들을 좋아했다. 감독님이 이런 작품을 연출한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런 궁금증이 커지게 됐다. 배우들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고도 했다.

 

신현빈은 극 중 이수진으로 분했다. 수진은 아이를 잃고 남편 정기훈(구교환)과 별거 중 진양군으로 돌아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원인 모를 일을 겪는 인물이다. 그가 생각한 수진은 본래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수진이라는 인물은 아이를 잃고 살아가고 있다. 극 전반에서 다뤄진 모습이 진짜 수진이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생기있는 모습일 것 같았다. 아이를 잃으면서 자신도 잃어버린 사람이다. 혼란스러운 큰 사건을 겪게 되지만, 그 안에서 원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과거 회상씬에서 다뤄지는 수진이의 모습, 사건이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 이 드라마의 설정처럼 제 인생에 지옥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많이 했다. 제가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겪은 캐릭터라서 실제 경험자들에 조언을 많이 들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이수진 役 신현빈/티빙

사실 자신의 눈 앞에서 아이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신현빈은 배우이기 때문에 감정을 알아야했다. "아이를 눈앞에서 잃은 상황은 상상이 잘 안되더라. 그게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겠더라. 실제 아이들이 있는 분들께도 여쭤봤는데 하나의 감정으로 되지는 않더라. 뭔가 그 순간에 굉장히 많이 무섭고, 두렵고, 복잡했다. 실제가 아니고 제가 찍을 때는 아이가 사고 나는 장면은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데 그 순간에 집중이 되서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더라. 제가 실제 소이가 있는 앞까지 걸어갔어야는데 걸어가다가 주저 앉았다. 그 장면이 원래 있는게 아니다. 기어가다보니 신발도 벗겨졌다. 원래 없는 장면이니 카메라 감독님이 급하게 따라오셨다. 그게 연기이고 한 순간이지만, 저한테도 크게 다가왔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귀불의 눈을 본 자, 지옥에 갇힌다'는 '괴이'의 카피 문구처럼, 극 중 진양군에서 땅속에 묻혀있던 귀불을 세상밖으로 내놓은 뒤 개우가 내리고 사람들이 한명씩 폭력적으로 변한다. 수진 역시 괴불의 눈을 보고 지옥을 마주한다. 그때부터는 찬 바닥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촬영 내내 감정선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은 계속 울면 육체적으로도 지친다. 근데 묘하게 한정적인 공간에서 촬영하다보니 그 안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면 그렇게 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초반에 박소이(딸 정하영 역) 배우와 촬영하면서 소이 배우가 가진 힘 같은 게 있었다.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고 저는 환상 속에서 보니 저 혼자 슬픈 것이다. 현장에서는 즐겁게 찍었다. 애는 너무 즐거운데 슛만 들어가면, 걔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오히려 너무 그런 것은 걷어냈을 정도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하영이 역할한 박소이 배우도 그렇고 기훈과의 상황에 있어서 상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들이 많이 주어진 것 같다."

 

이수진은 끔찍한 재앙을 맞닥뜨린 천재 문양 해독가로, 티베트어에도 능통하다. 신현빈은 "전혀 모르는 언어를 배워야하니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양 해독을 하는 것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주신 설정같다. 티베트어를 구사할 수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쓰고 외워서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전혀 모르는 언어를 배워야하니 힘들었다. 동영상 보면서 쓰는 연습을 많이 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의 모습들, 책상에 오래 앉아있던 사람의 모습을 가져가려고 많이 노력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이수진 役 신현빈/티빙

구교환과는 부부 호흡을 맞췄지만, 극 중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과거 서사는 자신으로 대체했다. 구교환과는 '개그콤비'이자 '개그 라이벌'이라고 밝혀 두 사람의 부부 호흡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신현빈은 "저랑 웃음 포인트가 비슷했다"고 했다.

 

"서로의 개그에 웃었다. 둘 다 상황극, 설정해서 그거 받아치는걸 좋아해서 그런 것을 끝없이 한 것 같다. 던졌는데 누가 안 받아주면 서로 받아주니까 몇 시간씩 이어지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하다가 광고 사진 찍은 것을 보내주면서 서로 웃고 그랬다. 구교환 배우와 같이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 컸었다. 어떤 호흡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함께 촬영하면서 더 좋은 점이 많았다. 일상적인 장면들을 회상씬에서 촬영했고, 저희가 소품으로 드라마 곳곳에 쓰이는 사진들을 0회차에 진행했다. 그 하루동안 두 사람의 연대기처럼 촬영하면서 이야기 나누면서 이 상황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둘 다 상황극도 좋아하고 농담하는 코드가 잘 맞다. 괴로워하는 장면도 편해야 잘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색하지 않지만 배려해준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현장을 즐겁게 가져가는 게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들 찍을 때 힘이 많이 됐다."

 

또한 진양군 청사 안에 갇혀서는 남다름(한도경 역), 곽동연(곽용주 역), 박호산(군수 권종수 역) 등과 호흡을 맞췄다. 신현빈은 얼떨결에 남다름과 한 팀이 되고, 곽동연과는 대적하게 됐다. 또한 이들 출연진이 등장하는 화면 한 구석에 누워 하염없이 흐느껴야 했다. 신현빈은 "동연씨나 다른 배우들 영상에 걸려서 제가 쓰러져있다 시피한 장면을 찍을 때는 못 울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감독님이나 함께 한 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 것 같다. 찍는 순간에만 집중하고 촬영이 끝나면 털어내서 마음을 가져갈 수 있었다. 다들 누워있어야 하는 저를 많이 걱정해주셨다. 그런 상황에서도 누우면 다시 줄줄줄 울었다"고 회상했다.

 

이수진에게 지옥이 아이를 잃은 순간의 상실감과 후회라면, 배우 신현빈의 지옥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대본 받았을 때부터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런 순간들이 있기는 하다. 근데 굳이 그 생각을 안 하고 싶다. 어느 순간에는 뭔가 드물겠지만, 인생에 그런 순간이 없거나 그 순간을 극복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완전히 극복했으면 괜찮을까 생각해봤다. 저도 가능하다면 극복한 사람이고 싶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이수진 役 신현빈/티빙

 

'괴이' 속 괴불은 눈을 마주치지 않아야 존재이기 때문에 신현빈은 눈을 가리고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현빈은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생각보다 진짜 안보이더라. 밑으로 빛 정도만 느껴진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차 유리틀에 머리도 박고 그랬다. 몇 번 찍다보니 익숙해져서 감각적인 것에 의존을 하게 되더라. 보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앞에 있으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연결이 있어서 풀고 묶고를 못해서 그 상태로 누가 손 잡아주면 따라가고 그랬다.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다. 눈을 가리니까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미소)."

 

신현빈에게 '괴이'는 첫 OTT 작품이자, 첫 미드폼이다. 그는 "OTT는 하루에 다 공개가 되다보니 그게 주는 차이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결과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진다. 작품을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미드폼 작품도 처음이다. 한편의 긴 영화라고 할 수도 있고 빠르게 흘러가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이지 않았나 싶다. 이 정도로 짧은 이야기들은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장르적으로도 이렇게 풀 수 있다는게 신선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라 몰입감 있고 흡인력 있게 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저는 그런 지점들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현빈은 올해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공개를 앞두고 있다. '괴이'에서도 역시 '그 사람이 신현빈이야?'라는 반응을 얻었다. '얼굴 갈아끼우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신현빈은 "어떻게든 다르게 보이고 싶어서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는 것 같다. 가르마를 반대쪽으로 했으니, 오른쪽 얼굴이 많이 출연하지 않았나 싶다. 매번 새롭게 느껴주셨다면 저는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작품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 만나고 사랑받는 것들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제일 크게 한다. 여러가지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왜 저를 선택해주셨을까 생각하게 된다. 뭐라도 다르게 하고 싶어하고 달라보일 수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저도 그걸 잘 활용해보고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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