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습도 다소 높음', 시국에 걸맞는 빌런들이 그려낸 웃픈 현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1-09-01 17: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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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이희준 감독의 신작 ‘젊은 그대’ 시사회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든다. 하지만 긴축경영으로 에어컨 가동을 거부한 극장은 관객들이 뿜어내는 고온의 짜증으로 더욱더 다습해져 가고, 그저 쾌적하고 싶을 뿐인 관객들은 습도의 폭격에 돌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습도 다소 높음’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시대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로 코로나19로 인해 존폐 위기에 놓인 낭만극장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담았다. 

 

‘델타 보이즈’, ‘튼튼이의 모험’ 등을 연출한 고봉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감독과 모든 작품을 함께 해 온 배우 백승환, 김충길, 신민재 등 일명 ‘고봉수 사단’ 또한 영화에 참여했다.
 

▲ 사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특히 영화에서 영화감독 희준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은 ‘델타 보이즈’를 재밌게 본 이병헌 감독의 추천으로 고봉수 감독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고봉수 감독 신작 출연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 .

영화의 다소 독특해 보이는 제목은 고봉수 감독 아내의 아이디어로 탄생되었다. 

 

감독으로부터 영화의 줄거리를 전해 들은 그는 ‘습도 다소 높음’이라는 제목이 어떠냐며 제안했고, 고봉수 감독은 이를 듣자마자 영화의 제목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또한 감독의 아내가 깜짝 출연하기도 했는데, 첫 주연작 개봉에 들뜬 주환의 약혼자로 등장했다.

 

▲ 사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웃기려고 만든 영화”라고 이야기한 바 있는 감독의 말처럼 ‘습도 다소 높음’은 건조하고도 팍팍한 인생에 습기 가득한 웃음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출입명부 기재 거부, 마스크 착용 거부 등 우리 주위에 충분히 존재할 만한 생활 밀착형 빌런들의 진상 행태와 이에 맞서 꿋꿋하게 방역 수칙을 부르짖으며 고군분투하는 극장 직원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고 있지만 푸념과 한숨 대신, 해학적 재치로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습도 다소 높음’은 단순히 극장 내에서 일어나는 해프닝 뿐만이 아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객과 단절된 독립영화시장에도 조명을 비추고 있다.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게 소원인 단역배우, 자아도취에 빠진 C급 영화감독, 감독의 심부름꾼으로 취급받는 주연 배우 등 각자 개인적인 사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영화에 등장하며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영화 속 인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현실의 독립영화 시장과 오버랩되어 씁쓸한 감정을 불어일으킨다.
 

▲ 사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습도 다소 높음’이 독립 영화의 시사회를 열게 된 낭만 극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영화 속에는 또 하나의 영화, ‘젊은 그대’가 포함되어있다. ‘젊은 그대’는 C급 영화감독 이희준이 만든 괴작으로 극 중에서 이희준 감독이 좀 더 퇴물감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장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감독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배우 차유미가 ‘습도 다소 높음’에도 출연을 결정하게 되면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하나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발레리나를 꿈꾸는 가난한 산골 여인의 이야기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되며 탄생한 영화가 ‘젊은 그대’다. 그 안에서 배우 차유미는 코믹한 연기로 영화의 괴랄함을 한껏 끌어올렸으며 영화 속의 영화 ‘젊은 그대’는 ‘습도 다소 높음’의 이스터에그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 사진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습도 다소 높음’은 B급 코미디 영화라는 장르에 충실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진상 손님부터 시국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적은 시급으로 많은 업무를 떠안아야 하는 아르바이트생,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그 장본인이었기에 가능했던 독립영화시장에 대한 자학 개그까지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며 공감하게 만드는 ‘습도 다소 높음’의 웃음 코드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위로가 섞여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과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계에 대한 해학을 담은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영화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지만 한편으로 마음 한 켠이 묵직해지는, 웃을 수만은 없는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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