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작으로 돌아보는 세계적 미술가 이불

연합뉴스 / 기사작성 : 2021-03-03 13: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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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이불-시작' 전
▲​ 사진 : 서울=연합뉴스

 

1997년 30대 초반이었던 젊은 작가 이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전시에 날생선을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한 설치 작품 '장엄한 광채'를 출품했다.

생선이 부패하는 모습과 냄새까지 작품의 일부로, 기존 미술관의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한 대담한 시도였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악취를 이유로 작품을 철거해버렸다.

이 사건으로 주목받은 이불은 이듬해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휴고보스 미술상 수상,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한국관 동시 출품과 특별상 수상 등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일 개막한 개인전 '이불-시작'은 세계적인 작가가 된 이불(57)의 초기작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작가가 활동을 시작했던 1987년부터 10여 년간 집중적으로 발표한 소프트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을 중심으로 드로잉 50여 점과 참여형 조각 1점, 영상과 사진 70여 점, 조각과 오브제 10여 점을 선보인다.

로비에 설치된 '히드라'는 1996년 시작한 풍선 모뉴먼트 작업을 재제작한 작품이다. 설치물 주변에 연결된 펌프를 관객이 밟아 바람을 불어넣으면 풍선이 일으켜 세워지는 참여적 조각이다.

전시 기간 총 4만 회 이상 펌프를 밟아야 10m 높이의 완성된 형상을 볼 수 있다. 천 풍선에는 부채춤 인형, 왕비, 여신, 게이샤, 무속인, 여자 레슬러 등 복합적인 여성 이미지로 분한 작가의 초상이 인쇄됐다.

 

▲ 이불, '히드라', 1996/2021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실에서는 이불이 기존 조각 전통을 탈피하기 위해 시도한 소프트조각과 관련된 기록을 볼 수 있다. 사람의 살처럼 부드럽고 꿈틀거리는 불완전한 존재를 재현한 조각 3점이 전시된다.

20대 여성작가 이불은 신체를 다양하게 변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남성중심적인 부조리한 시선과 체계에 반기를 들었다. 부드러운 천, 솜, 스팽글과 털, 철사, 냄새와 시간 등을 주요 창작 재료로 삼아 다양한 실험을 계속했다.

그는 손과 발이 여럿 달리고 기괴한 몸을 한 소프트 조각을 직접 입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후 소복을 입고 생선 배를 가르거나, 색동한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부채춤을 추는 등 상징적인 기호를 지닌 비판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전시는 초기 10여 년간 변모한 이불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12점을 보여준다. 이 밖에 사진과 미공개 드로잉 등으로 작업의 주제 의식과 작품 세계의 흐름을 짚어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는 예술 창작에서 교육 제도의 한계, 근현대사를 성찰하는 현대미술의 역할, 여성과 여성 신체를 재현하는 방식 등 사회적 의제를 상기시킨다"라며 "작품이 함의하는 여러 가지 주제 의식과 비판적 지점은 지금의 시대에서도 유효하다"고 소개했다. 5월 16일까지.'

 

▲ 사진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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