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에게 가는 길', 성소수자 부모라는 정체성으로 사는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6 12:39:26
  • -
  • +
  • 인쇄
▲ 사진 : (주)엣나인필름

 

영화의 주인공은 인생 50년차, 황혼기를 지나는 중인 34년차 소방 공무원인 나비와 27년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이다. 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아주 보통의 부모세대 여성이자 워킹맘이었던 그녀들.

가슴 절제 수술을 받고 싶다는 아이, 한결의 스스로 느끼는 성별로 살겠다는 고백에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가장 처음 들었다는 나비와 동성애자라는 아이, 예준의 게이 선언에 ‘조금도 상상해본 적 없었던 일’이라고 회상하는 비비안의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갑작스레 성소수자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 사진 : (주)엣나인필름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34년차 소방 공무원 나비와 27년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 그리고 그들의 아이인 한결과 예준이 성소수자와 성소수자의 부모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변규리 감독이 ‘플레이온’을 이어 자신의 두번째 장편 영화로 기획한 작품이다.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부모모임(#PFLAG)의 협력 아래 사전 준비 약 8개월, 성소수자부모모임 정기 취재 17회차, 밀착 촬영 2년까지, 총 4년에 걸친 프로젝트로 ‘너에게 가는 길’을 완성했다. 

 

그 중 감독은 2년에 걸친 성소수자부모모임 정기 취재 과정에서 자연스레 회원들과 친밀해졌고 신입회원에서 현재는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나비, 비비안과의 인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사진 : (주)엣나인필름


영화의 주인공, 나비는 자신을 ‘바이젠더/팬로맨틱/에이섹슈얼’로 소개하는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나비는 “한결이가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할 때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얘를 이해해줘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이렇게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건 ‘그만큼 나를 믿는 거구나, 나에 대한 신뢰가 있는거구나 싶더라고요.”라 말했다.

또 다른 영화의 주인공인 비비안은 아들 예준의 생각지도 못한 커밍아웃 이후 게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혼자 고민해고 아파했을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비비안은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 이후) 나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틀을 깰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되니까 자식이 나의 소유물이거나 종속된 인간이라는 생각도 버리게 되더라고요. 활동을 하면서 성숙한 시민이 된 거에요. 시작은 아딜의 커밍아웃이었는데 결국 제가 성장하는 활동이 된 것 같아요.”라 전했다.
 

▲ 사진 : (주)엣나인필름

 

감독은 “두 분이 워낙 위트 있고 매력적인 분이셨다.지금의 부모 세대는 성소수자 이슈를 어렵게 느낄 수 밖에 없는데,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두 분이 자신의 세계관을 재정립하면서 아이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증도 있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성소수자 부모 또한 성소수자의 부모라는 정체성을 갖는다고 말하는 감독은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기록하며 기다렸다. 너무 일상적인 것들을 침해당하고 있었고, 사회가 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었다.”며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느냐 마느냐의 고민보다는 그래서 힘들었던 순간이나 장면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화할 것이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통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 사진 : (주)엣나인필름


그간 성소수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퀴어 영화는 많았지만 성소수자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중심이 아닌 주변 배경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의 부모가 성소수자의 삶에 단순한 시련 혹은 조력자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성소수자 부모 그 자체로서 겪게 되는 경험과 성찰에 대해 다루어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고 무지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주인공이 보통의 부모세대인 만큼 ‘너에게 가는 길’은 비교적 성소수자 이슈에 열려있는 젊은세대 뿐만이 아니라 기성세대 또한 관람하기 좋은 영화다. ‘한 번 보면 퀴어 영화, 두 번 보면 가족 영화, 세 번 보면 여성 영화’라는 나비의 코멘트처럼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의 시점으로 성소수자 이슈를 들여다보는 ‘너에게 가는 길’은 우리가 몰랐던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부모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으며 관객에게 얼라이(Ally)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핫이슈 기사

주요 기사

스포츠

문화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