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1주기…최영희씨 "딸이 폭력의 마지막 희생자이길"

연합뉴스 / 기사승인 : 2021-06-24 10: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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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26일 세상 떠난 최숙현 선수…스포츠 인권의 상징으로
"재판 끝나면 스포츠 선수들 돕는 '최숙현 재단' 설립하고 싶다"
▲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사진: 연합뉴스)

 

어떤 아픔은 시간도 약이 되지 않는다.

귀한 딸을 가슴에 묻은 최영희 씨는 1주기가 다가오자, 더 큰 슬픔을 느낀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인 최영희 씨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내는 딸의 방을 보며 눈물로 하루를 보낸다. 세상의 어느 부모가 아이를 먼저 보낸 뒤,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겠나"라며 "단 하루도 숙현이를 잊은 적이 없지만, 숙현이가 떠난 날이 다가오니 기억이 더 또렷해진다"고 했다.

6월 26일은 고 최숙현 선수의 1주기다.

작년 6월 26일 오전, 최숙현 선수는 가족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세상을 떠났다.

최영희 씨는 "어떻게 1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영희 씨는 또 다른 딸, 아들을 위해 1년을 살았다.

그는 "촌부(村夫)인 제가 뭘 한 게 있습니까"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딸을 잃은 슬픔을 누르고 "더는 숙현이처럼 고통받는 선수가 없어야 한다"며 여러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딸을 잃은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어, 힘을 얻는다.

최영희 씨는 "숙현이와 함께 운동했던 아들, 딸들이 '아버지, 아버지'라고 부르며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며 "숙현이를 잃었지만, 이 선수들은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숙현 선수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오랜 기간 폭력에 시달렸다.

최숙현 선수와 가족은 생애 마지막 4개월 동안 여러 관계 기관에 고통을 호소했다.

2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청, 검찰, 경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국가위원회 등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6월 26일에 세상을 떠났다.

최숙현 선수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더디게 움직이던 관계 기관은 고인을 떠나보낸 뒤에야 속도를 냈다.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리던 안주현 운동처방사, 장윤정, 김도환이 구속됐고 재판을 받고 있다.

'최숙현 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2월부터 시행돼 스포츠 인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4월 최숙현 선수의 사례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체육선수의 '직장 내 괴롭힘'이 산재로 승인된 첫 사례였다.

최영희 씨는 "그래도 숙현이가 세상을 떠난 뒤, 스포츠 선수의 인권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여전히 느리지만, 한국 스포츠계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너무 일찍 떠난 숙현이가, 이름만이라도 스포츠 인권을 상징하는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아직도 "조금만 더 참아보자"라고 딸에게 말한 순간을 후회한다.

최영희 씨는 "예전에 숙현이가 힘들어할 때는 나도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참고 견딘다.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했다"고 떠올린 뒤 "내 생애 가장 후회하는 말이다. 더는 폭력 속에서 훈련하는 선수가 없었으면 한다. 내 마지막 바람이다. 나와 같은 후회를 하는 부모도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최숙현 선수의 유족은 '최숙현 재단'을 만들 계획도 세웠다.

최영희 씨는 "숙현이가 떠나면서 가족들에게 '이렇게 살아주세요'라고 말한 것 같다. (가해자들에 관한) 재판이 끝나면 스포츠 선수들을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며 "숙현이가 폭력에 시달린 마지막 피해자였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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