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미니센스', 참신한 상상력이 빚어낸 매력적인 미스터리 로맨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1-08-30 1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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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의 상승으로 도시의 절반이 바다에 잠긴 가까운 미래. 사람들의 머릿속을 엿보는 탐정 닉은 고객들이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가게 도와주며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세계인 과거 속을 항해한다. 

 

단조롭던 닉의 인생은 잃어버린 귀걸이를 찾으려는 새로운 고객 메이의 등장으로 영원히 바뀌게 되고 닉은 메이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지만, 어느 날 메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레미니센스’는 가까운 미래, 사라진 사랑을 찾아나선 한 남자가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에 얽힌음모와 진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위험한 추적을 그린 영화다. 

 

레미니센스(Reminiscence)란 망각의 역현상, 오래된 과거일수록 더욱 또렷이 기억나는 현상으로 흔히 노인들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 같이 바로 어제의 일보다 지난 시절의 일들이 명료해지는 것을 나타낸다.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리사 조이 감독은 ‘레미니센스’의 각본을 쓸 때, 첫 아이를 임신한 동안 할아버지와의 이별이라는 길을 겪었다.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집을 정리하던 도중 감독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발견하고 그 속에 그려져있는 묘령의 여인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을 발견한 후, 할아버지가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한 기억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곧 아무리 모든 것을 기억하고자 노력한다해도 결국 사라져버리는 기억에 대한 고찰로 변모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은 한 가지의 가정을 세우게 된다. 

 

만약 기억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으며 그 보존된 기억을 통해 과거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다면? 

 

‘레미니센스’는 이러한 감독의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감독은 ‘레미니센스’의 각본에 대해 “우리 삶의 가장 놀라운 순간들 중 몇몇은 우리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되는 그 기억 덕에 우리 인생은 살 만한 가치를 갖게 된다. 종종 그 기억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죽으면 그 기억 속 이야기도 사라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전개가 계속될 수록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로맨스 등 많은 장르를 넘나든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영화의 주인공인 닉이 존재했다. 닉은 사람들이 과거를 다시 살도록 도와주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참전용사다. 하지만 어려운 고객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 친절한 마음 탓에 돈벌이는 하지 못한다.

닉의 역에는 배우 휴 잭맨이 캐스팅되었다. 

 

감독은 휴 잭맨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만나기 전까진 시나리오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전하자, 휴 잭맨은 만남을 약속했고 감독은 LA에서 비행기로 다섯 시간이 걸리는 뉴욕으로 날아갔다. 

 

휴 잭맨은 “영화 속에 펼쳐진 세상도 정말 흥미로웠지만 독창성과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점이 나를 이끈 것 같다”며 ‘레미니센스’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평온했던 닉의 삶에 큰 물결을 일으킨 메이의 등장은 영화 속 닉 뿐만이 아닌 관객마저 매료시킨다. 메이는 복잡한 인물로 누아르 영화들에 나오는 전형적인 팜므파탈을 비틀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다. 닉의 집착과 탐닉에서 시작된 여정은 메이의 정체를 알아가면서 더욱 깊어진다.

메이의 역에는 배우 레베카 퍼거슨이 캐스팅되었다. 

 

감독은 “레베카는 배우로서 지성을 발산한다.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완고함과 명석한 두뇌가 이 역할에 아주 적합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메이의 과거와 층위를 벗겨내면서 중심으로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레베카는 메이라는 캐릭터의 다른 면을 보여줬다. 팜므파탈로 등장해 점점 많은 것을 드러냄으로써 전통적인 팜므파탈 개념을 뒤집고 이에 도전장을 던진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감독이 “결국 우리는 모두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레미니센스’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다양하게 변모하는 메이를 그렸다. 닉의 기억 속에서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연인이었던 메이는 닉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물화를 그릴 때 사물에 빛이 닿는 부분을 그렸을 때와 그림자가 진 부분을 그렸을 때의 결과물이 확연히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에서 밝혀진 메이의 비밀은 여러 각도에서 메이를 관찰할 수 있었던 관객이 봤을 때 그렇게까지 충격을 받을 만한 비밀은 아니었다. 뻔하다면 뻔했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자연스레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예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메이를 평면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닉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오로지 닉의 입장에 몰입하고, 닉과 메이의 감정선에 집중해서 감상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레미니센스’는 미스터리보다 로맨스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주제로 다루고 있는 미스터리의 참신함과는 별개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계속 방향을 꺾다가 아주 오랜만에 접하는 최고의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는 휴 잭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레미니센스’의 엔딩은 어째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한치의 의문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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