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스포테인먼트’… 스포츠를 어디까지 보느냐의 차이”

마수연 기자 / 기사작성 : 2018-07-02 15: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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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e-스포츠 전문 캐스터 정소림 인터뷰 - ③
사진 : 스포츠W

정소림이 e-스포츠에 몸 담은 지도 내년이면 꼬박 20년을 채운다. e-스포츠의 시작과 부흥기, 침체기 이후 다시 부흥기까지. 긴 시간을 함께 한 그에게 과거와 현재의 e-스포츠에 대해 질문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e-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전문 케이블TV가 아니면 중계 방송을 볼 수 없었지만, 현재는 온라인 매체와 개인 SNS 방송 등을 통해 쉽게 e-스포츠를 접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중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소림은 “예전에는 스포츠 중계처럼 격식을 추구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캐주얼 해졌다”며 “격식이 없어 허술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서 다양성 면에서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임의 수명이 길지 않아 선수 생명도 짧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장르 특성상 짧게는 2-3년, 길게는 5-6년 정도 리그가 지속되다가 새로운 게임 리그가 등장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선수들도 짧은 기간에 전성기를 가졌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잦다.


현재 진행 중인 오버워치를 예로 든 그는 “선수들이 최소 5-6년은 꾸준히 자리를 지켜야 고정 팬도 생기고, 응원할 맛도 생긴다”며 “류제홍, 김인재 같은 선수들은 인기도 많고 잘 했지만 어린 선수들이 잘 하다 보니까 벌써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답했다.


이어 “인지도가 없는 선수들은 리그에 뛰어들었다가 1년 정도 활동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잦다”며 “그럴 때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고 항상 고민한다. 젊음의 시간을 불태워서 선수 활동을 하는 건데”라며 아쉬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금 더 어려운 질문이 이어졌다. 오는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며 대표팀이 꾸려졌다. 국제 무대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만큼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e-스포츠가 통상적인 스포츠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소림은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내 “스포츠를 어디까지 보느냐의 차이”라며 운을 뗀 그는 “무리하게 지금의 e-스포츠를 스포츠의 틀 안에 넣어야 하는지 생각한다”고 답했다. 통상적인 스포츠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e-스포츠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정소림은 “아시안게임에 나가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당연히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e-스포츠는 착실히 자리 잡고 발전하는 중이다”며 “5-60년, 100년 이상 된 일반 스포츠처럼 가치 평가를 받는 건 다른 이야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e-스포츠가 통상적인 스포츠로 인정받는 가장 큰 걸림돌로 ‘종목이 계속 바뀌는 것’을 짚었다. 이어 “e-스포츠는 스포테인먼트라고 생각한다. 굳이 어떤 범주 안에 넣지 않더라도, 다같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 정소림 인스타그램

분위기를 바꿔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정소림은 올해 대학에 들어간 스무 살의 아들이 있다. 아쉽게도(?) 집에 PC가 한 대 뿐이라 함께 게임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서로의 게임 플레이를 보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한다.


의외로 아들에게 중계 피드백을 듣지 않는다는 그는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게임 패치 관련한 소식을 듣고 나에게 전달해주기도 한다”며 “그래도 게임은 내가 더 잘 안다. 주로 아들이 나에게 많이 배운다”며 웃었다.


인터뷰 말미 캐스터 생활을 그만 두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정소림에게 물었다. 숱한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리그 중계에 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자 캐스터들의 외모를 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그는 “팬들이 캐스터인데 외모가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게임 캐스터를 계속하고 싶다”고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정소림은 최근 성남시에서 진행한 캐스터-해설자 양성 과정에 참여했다. 이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e-스포츠에서 필요로 하는 캐스터의 수가 적어 회의를 느꼈는데, 막상 가르쳐보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며 “막연히 꿈만 가진 친구들에게 여기서 전진할지, 멈출지 판가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더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캐스터 생활의 전문성을 살려 게임 방송 작가나 e-스포츠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싶다는 등, 힘이 닿는 한 e-스포츠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지만 정소림은 무엇보다 ‘캐스터 정소림’이 가장 잘 어울렸다. 그에게 어떤 캐스터로 남고 싶은지 묻자 첫 번째로 ‘팬들을 정말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언급했다. 이어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친근한 언니/누나’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소림에게 1년 후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지내고 있을 것 같다고 웃던 그는 울컥하는 마음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환하게 웃으며 1년 후, 캐스터 데뷔 20주년을 맞이할 정소림에게 인사를 전했다.


“1년 동안 또 고생 많았고, 햇수로 20년 차를 맞이하네.
처음에는 2년이나 갈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한 직종에서 20년이나 고생 많았고, 수고했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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