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메릴 스트립 만나면 '언니~' 할 것 같아요"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17-09-11 17: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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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사진: 필앤플랜)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역량을 유감 없이 발휘한 문소리를 지난 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를 만든 연출자로서, 주연 배우로서 영화 속에서 연기를 펼친 데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는 한편, ‘여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자신의 ‘입봉’ 장편 영화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데 대해 문소리의 소감은 담담했지만 즐거웠다.


“굉장히 적은 예산으로 ‘조물락조물락’ 만든 영화지만 이번 영화가 그 동안 배우로만 참여했던 대작들과는 달리 영화의 개봉과 배급 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영화에서 같이 연기를 펼친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배우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아주 엄한 짓을 하지는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원래 언론시사에서는 기자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은 자주 나오지만 영화가 끝난 이후 박수를 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여배우는 오늘도> 언론 시사회장에서는 그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같은 업계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배우들도 많이 보시고 영화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시니까 더 공감대가 크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지점에서 여성(기자) 분들은 공감대가 커서 그랬지 않나 싶어요.”


동업자 의식에서 많이 웃어주고 박수도 쳐줬을 것이라는 겸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곳곳에 치밀한 웃음코드가 심어져 있다.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같이 웃기에는 여러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나랑 유머코드가 맞는 사람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내가 너를 이해해 너도 나를 이해 하는구나’ 아는 그런 데서 출발한 웃음이어야 하니까 여러 입장을 고려하게 됐죠. 웃자고 한 이야기가 남에게 상처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어요. 한국영화에서 코미디가 약하긴 하죠. 내 영화가 코미디라고 생각지 않지만 다양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제목 뒤에 ‘뭘 한다, 어쩐다’는 말이 빠져 있다. 관객들은 영화의 제목을 보며 여배우는 오늘도 뭘 할지, 무슨 생각을 하고 뭘 느낄지 궁금하다. 이에 대한 문소리의 설명 속에는 데뷔 18년차 여배우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제발 동사가 한 두 개였으면 좋겠어요. ‘홍보해요’ ‘연기해요’ ‘사랑 받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심플하고 그럴 텐데 너무 동사가 여러 개가 들어가야 하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해야 하고 하는 아이러니 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첫 주연작이자 데뷔작이나 다름 없는 <오아시스> 단 한 편의 영화로 일약 세계적인 영화배우가 된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 많은 트로피를 받은 배우로서 범상치 않은 일상을 살아갈 것 같은 문소리의 실제 일상 생활은 어떨까? 그리고 자연인으로서 문소리가 추구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문소리의 답변은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다른 배우들이 어떤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떨지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혼자 생각에는 직업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나 가져야 하는 태도들이 충분히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에 평범함을 지향하려 해요. 데뷔했을 때 그게(평범함) 큰 개성이었고 그 나이까지 평범하게 살아왔고 평범하게 생긴 편이고 그런 연기로 평가 받았고 받아들여 졌어요. 그게 제가 가진 개성이자 장점이라 생각해요”


문소리의 이와 같은 ‘일상관’은 다름 아닌 이창동 감독의 가르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이창동 감독님이 그렇게 교육을 시키셨어요. ‘그게(평범함) 큰 재산이다 버리려 하지 마라 틀린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이다. 다른 배우의 삶을 따라가기 보다는 네 삶을 살면 된다.’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따라보려 해요. 평생 배우를 하는 데 특별한 재산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기자들에게 박수 받은 영화를 만든 감독’ 문소리에게 상업영화 연출 계획을 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문소리의 반응은 ‘일단 엄살’이었다.


“그 욕심 안 부려도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욕심만 해도 가랑이가 찢어져요(웃음). 작품도 있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애를 키워야 하쟎아요. 연출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현재는 성립이 안 돼요. 살다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솟아오르면 그때 생각해 보면 모를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문소리의 남편은 영화판에서도 손꼽히는 이야기꾼 장준환 감독이다. 같은 감독의 길로 들어선 아내에게 장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해줬을 지, ‘문 감독’의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장 감독은 문 감독의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없었다.


“(영화 연출을 한다고 했을 때) 남편은 ’배우는 자세로 한 번 만들어 보세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장준환 감독은 평소에 말하는 거나 대화할 때 보면 세심하고 여려 보이는 측면 있지만 영화적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모험심 강하고 대법하고 탐험가적 기질이 있고 스케일이 굉장히 크죠. 제가 오히려 반대죠. 각자의 영화적 세계관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여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상당수는 배우로서의 목표에 대해 ‘배우로서 오래 살아남는 것’을 꼽는다. 문소리는 어떨까? 좀 다른 대답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문소리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래 해야 뭐라도 할 수 있어요.”


이 같은 심플한 이유를 얻는 동안 20년에 가까운 시간과 깨달음의 과정이 필요했다.


특히 문소리는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연기력과 매력을 겸비한 여배우의 대명사처럼 ‘이름 출연’을 한 메릴 스트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렸을 때는 건방지게도 (연기를) 오래하고 싶지 않았어요. 메릴 스트립을 좋아하지도 않았어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매우 존경해요. 지금도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어디 영화제에서 만나면 ‘언니~’ 할 것 같아요”(웃음)


이어 문소리는 한국의 영화인으로서, 그리고 여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 지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어느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는데 여우주연상을 시상하러 남녀분이 올라오셔서 ‘영화제의 꽃에게 드리는 상’이라고 한 멘트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에 무대로 올라가서 ‘영화계의 꽃일 뿐만 아니라 뿌리가 되고 싶기도 하고 거름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어요. 울컥해서 한 말이지만 아직까진 변하지 않았어요. 꽃이 화려하게 필 때도 있고, 시들 때도 있듯 저도 결국에는 영화와 함께 하면서 든든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발전적으로 거름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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