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도전' 오초희, "극장 '출근'할 때마다 연극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죠"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19-08-01 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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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초희

 

‘SNL’, ‘롤러코스터’, ‘미녀의 탄생’ 등 시트콤과 버라이어티 쇼를 종횡무진하며 왕성한 활약을 펼치다 최근 대학로 연극 무대로 활동 무대를 옮겨 연기자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배우 오초희를 만나 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초희는 지난 4개월간 대학로 인기 연극인 ‘발칙한 로맨스’에서 이른바 ‘멀티녀’로 캐스팅 되어 무대를 누볐고, 최근에는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7/19~8/25,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에 출연하며 연극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탓에 무용극을 통해 무대에서 관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기회를 가진 적은 있지만 2~3m 거리에서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서 대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를 펼치기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시기, 익숙했던 카메라를 뒤로 하고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연극 무대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 모험과도 같은 선택이다. 하지만 오초희에겐 배우로서 결핍을 채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선택이었다. 

“어쨌든 30대 중반으로 가고 있고, 실력을 가지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많이 배웠어요.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하고요. 이번 '망원동 브라더스'는 출연하는 동료 배우 분들 가운데는 다른 곳에서 연출을 하신 분들이 많아요. 드라마로 따지만 감독님이잖아요. 고수가 많은 셈인 거죠. 그래서 배우려고 들어왔어요. 배우로서 그 분들과 섞여서 듣고 보고 공부하고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는데...사실은 좀 늦게 왔죠. 그래서 약간은 후회도 하고 있어요.”

 

오초희는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도 그 인연을 잊고 있었다는 것. 지난 수 년간 대학로에서 수 많은 연극을 보고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잊고 살다가 막상 이 작품에 출연이 확정된 이후 뒤늦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인연을 들을 수 있었다. 

 

▲오초희

 


“SNL 했을 때 같이 했던 이상훈 선배님이 계시는데 5년 전쯤 그 선배가 ‘나 연극한다 보러 와라’고 불러주셔서 본 연극이 '망원동 브라더스'였어요. 제가 초연을 봤더라고요. 저도 몰랐어요.(웃음) 이번에 제가 이 작품을 하게 되면서 이상훈 선배님에게 전화로 ‘선배님 저 연극하게 됐어요’라고 하면서 이 작품 이야기를 했더니 선배님이 ‘너 그거 내가 했을 때 본 거잖아’라고 말씀해 주시는 거에요. 그제서야 기억이 나더라고요 심지어 부모님을 모시고 봤더라고요(웃음)”

19세의 나이에 모델로 데뷔한 이후 10여 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펼쳐온 오초희는 대중들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이미지보다는 ‘예쁘고 몸매 좋은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망원도 브라더스’에서 오초희는 1인 2역을 맡고 있다. 남자 주인공 ‘오영준’의 옛 연인 ‘민주’와 오영준과 스치는 인연을 맺는 바텐더 ‘주연’을 연기하고 있다.

두 인물 모두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나쁜 여자’ 내지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그 동안 오초희가 TV에서 배우로서, 방송인으로서 쌓아온 대중적 이미지와 일정 부분 겹치는 느낌이 있는 배역이다.

이런 부분이 불편할 법도 할 만한데 오초희는 이 부분에서 비교적 초연한 대답을 내놨다.

“(외모가 부각되는 것이) 사실 어렸을 땐 무척 힘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그런 부분들이 모두 감사하게 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가꾸고 꾸미는데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으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이겠어요. 나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감사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보여질 지 보다는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이 되어 그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하고 관객들과 교감하는 연극배우로서의 삶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오초희 스스로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한 가지씩만 배우자는 자세로 무대에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상대 배우에게 속삭이는 연기를 펼치는 어찌 보면 간단한 대목에서도 TV와 연극 무대의 차이는 확연하다.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곱씹고 기억에 남기다 보니 겪는 변화다.

“저는 원래 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배울수록 연기라는 것이 예민함을 키우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中


오초희는 자신이 연기하는 ‘주연’과 ‘민주’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성 캐릭터인 ‘선화’에 대해 스스로 분석한 내용을 들려줬다. 무용 전공자답게 ‘백조의 호수’에 등장하는 백조와 흑조의 이미지를 예로 들며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진 배역이지만 인간의 양면성을 감안하면 세 캐릭터 모두 같은 인물일 수 있다는 오초희의 설명에서 그가 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배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무대에, 그리고 자신의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초희가 현재 자신의 연기와 무대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은 어쩌면 서른 즈음이던 29세 때 겪은 방황 아닌 방황이 만들어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을 진짜 못 하겠더라고요. 전세계로 여행만 미친 듯이 다녔어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여행을 위해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있을 정도였어요. 그땐 약간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생긴 브레이크 같아요. 원래 서울에서 언니랑 여동생이랑 같이 살았었는데 언니가 시집을 가고 곧바로 여동생이 시집을 갔어요. 그러다 보니 세상에 저 혼자만 남은 느낌이랄까, 버팀목이 없어진 느낌이었어요.”

시집 간 언니와 동생이 공허함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즈음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회의를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땐 ‘앞으로 절대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제가 (연에인으로) 이렇게 사는 게 불행하다고 느낀 거죠. ‘돈을 좀 벌겠다고 사람들에게 내 생활 보여주고 행복하지도 않은데 웃고 하는 이런 삶이 뭐가 좋지? 그리고 내가 이렇게 돈을 벌어서 뭐하지? 사실 돈을 버는 것보다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얻고 사는데…’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긴 여행의 끝에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드는 거에요.”

일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행복해지기 위해 떠났던 여행이 사실은 일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행복을 찾으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해주는 여행이었던 셈이다.
 

▲오초희
서른 즈음에 약 1년에 걸쳐 이어진 여행에서 돌아온 오초희는 케이블 채널 OCN의 범죄 스릴러 시리즈 ‘블랙’, ‘보이스’, ‘손 더 게스트’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자신을 다잡았다. 작은 비중의 배역이었지만 오초희는 혼신의 힘을 다했고, 그러는 사이 60kg 언저리까지 불어났던 체중도 ‘몸짱’ 시절의 몸매로 되돌아왔다.

스릴러물에 연이어 출연하다 보니 공황장애 비슷한 마음의 병에도 잠시 시달렸지만 운동으로 극복하고 오랜 기간 기다려온 연극 무대로 몸을 던졌고, 지금은 누구보다 무대에 몰입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무용하고 하면서 즐거움을 주는 것에 저도 에너지를 받고 하는 일에 행복을 느꼈어요. KBS 어린이 합창단도 했고, 중학교 때는 무용도 시작하면서 합창단 활동도 계속했죠. 언젠가는 연극을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그게 지금이 된 거죠.”

최근 오초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논란을 빚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되면서 피해자 아닌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출연이 거의 확정된 드라마도 결국 출연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처했던 상황만 놓고 보면 결코 관객과 직접 대면하는 무대에 오로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도 했겠지만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망설여지지는 않았다. 


“그땐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그 당시엔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여자이기도 하고…하지만 무대에서는 전혀 의식되지 않았어요. 관객 분들도 알아주시더라고요. 어쨌든 개인적으로 힘들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연기자로 살고 그 연기자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감사한 일이고… 아닌 것은 아닌 거니까 언젠간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말미, 연극하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때가 언제인지를 물었다. 오초희의 답변은 기자의 질문을 ‘우문’으로 만들었다.

“매일매일 극장으로 ‘출근’할 때죠. 매일매일 공연을 마치고 나면 그때마다 후회가 남고 과제도 얻지만 제가 공연할 연극이 있는 극장으로 출근할 때만큼은 연극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행복하죠”

하루하루 무대에서 이런저런 배움과 숙제를 받아가면서 오초희는 앞으로 자신이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 지도 명확하게 보이는 듯했다.

“작품을, 어렸을 때는 남들이 요구하는 것 다 했는데 이제는 작은 역할이라도 제가 욕심 내고 잘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이제는 확신이 들어요. 이 일을 많이는 하지 않아도 이 일을 죽을 때까지 업으로 삼고, 배우로서 누군가의 인생을 살고, 누군가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런 확신이 이제는 들어요.”

요즘 많이 하는 말 중에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든 삶이든 올바른 방향을 잡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서른 즈음에 오초희가 배우로서 선택한 방향은 무대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무대로 방향을 정한 그의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믿음과 기대를 갖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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