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씨, 전 테니스 코치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승소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19-11-12 16: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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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씨(사진: SBS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체육계 미투(#Metoo)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가 17년 전 당한 성폭력 피해에 대해 전 코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 

 

의정부지방법원 민사1부(조규설 부장판사)는 김 씨가 가해자인 전 테니스 코치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A씨는 김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 장기소멸시효 기산일은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됐을 때를 의미한다"며 "피고의 불법 행위에 따른 원고의 손해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원고가 최초 진단받은 2016년 6월 현실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성폭행죄로 복역 중이어서 무변론 재판을 진행, 김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 등에 따르면 김씨는 초등학생 시절인 2001년 7월∼2002년 8월 당시 테니스 코치 A씨에게 네 차례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그 정신적인 충격으로 고통 받았으나 보복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이후 성인이 된 김씨는 A씨를 고소하고자 상담소와 법률 전문기관, 경찰서 등을 찾아다녔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 목격자 증언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답을 듣고난 뒤 고소를 포기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지난 2016년 5월 테니스 대회에서 A씨를 우연히 마주쳤고, 그 순간 성폭행 피해를 입을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 악몽은 물론 위장장애, 두통, 수면장애, 불안, 분노, 무기력 등 이상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같은 해 6월 병원을 찾은 김씨는 성폭력을 당한 뒤 처음으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A씨가 체육 지도자로 계속 활동한 것을 알게 되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을 우려해 고소를 결심,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형사 재판에 넘겨져 2017년 10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에 김씨는 A씨에 대한 형사 재판 항소심 직후인 지난해 6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에서 김씨의 주장은 대체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초등학생 때 김씨가 당한 성폭력 피해와 현재 김씨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민법은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단기 3년, 장기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둘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단기 3년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기산일로 정하는데, 통상 불법이 인정되는 1심 판결일이 기준이다. 김씨 사건의 경우 2017년 10월 1심 판결이 나왔고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인 8개월 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단기 10년은 '불법 행위를 한 날'이 기준인데,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를 기산일로 정한다.

김씨가 2016년 6월 진단받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초등학생 때 성폭력 때문인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장기소멸시효는 A씨가 마지막 범행을 저지른 2002년 8월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돼 소송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해자 A씨는 이를 토대로 "마지막 범행일로부터 10년이 넘어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며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성폭행에 따른 김씨의 손해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최초 성폭행이 있던 날이 아닌 원고가 최초 진단받은 2016년 6월 현실화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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