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재작성 '미투 보고서' 공개 "공정하게 대처 못해 디아나에 죄송"

최지현 기자 / 기사작성 : 2019-03-20 14: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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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기원

한국기원이 바둑계 미투와 관련해 재작성된 최종 보고서를 전체공개했다.

한국기원 미투사건 재작성 위원회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총 3번의 회의를 거쳐 미투 보고서를 재작성했다. 최종 보고서는 1월31일 제3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접수됐고 정기이사회에서 표결 끝에 찬성 19표, 반대 3표, 기권 2표로 보고서 채택을 의결했다.

바둑계는 지난해 4월 여성 프로기사 코세기 디아나(헝가리) 초단이 과거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한국기원은 징계 절차를 밟았고 김성룡 9단을 품위 유지 위반 규정을 적용해 제명했다. 하지만 윤리위원회 보고서에 가해자를 옹호하는 의견이 포함돼 논란이 불거졌다.

후폭풍이 이어지자 기원은 미투 보고서의 재작성에 들어갔다. 이와 더불어 디아나 초단이 재작성된 보고서의 전체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기원은 보고서 내용 전체와 사과문을 발표했다.

재작성된 보고서에서 한국기원은 윤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성범죄 전문가의 도움없이 위원회를 남자 프로기사로만 구성해 전문성, 젠더감수성이 모두 배제된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윤리위원으로 선발된 여성 기사들이 사퇴했지만 별다른 대안없이 운영해 파행을 초래했다.

미투조사의 목적은 피해자보호를 우선시하고 피해자의 권익과 정의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또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재발방지와 대책이 마련이 필수다. 그러나 한국기원은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의 보호조치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없었고 사건조사의 진행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원은 "바둑계는 초기에 미투 운동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상식을 벗어난 대응으로 혼란을 야기했다. 미투 운동이 지속되지 못하도록 만든 조치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기원은 사과문을 통해 "사태 발생 후 즉각적이고 명쾌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디아나 초단에게 상처를 안겨줬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겪은 디아나 초단에 위로를 전한다."며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한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기원 미투작성 재작성 위원회에는 법무법인 수호 대표변호사인 김현석 이사와 서명기사 측에서 대표로 선임한 심장섭 원장,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박윤숙 소장이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기원 사과문 전문]
 

바둑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바둑계 미투 운동’ 과정에서 밝혀진 불미한 사태에 대하여 한국기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했음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바둑 보급 활동 중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겪은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바둑이 좋아 한국을 찾은 디아나 초단은 바둑 알리미로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기원은 미투 관련 제보를 받아 김성룡 9단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지난해 7월 이사회에서 김성룡 9단의 제명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이었기 때문에 전후관계를 신중하게 살펴 처리할 수밖에 없었으나 사태 발생 후 즉각적이고도 명쾌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주고 바둑팬들의 우려를 초래했습니다. 

 

한국기원은,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지만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소속 기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잘못 작성된 윤리위원회 보고서를 재작성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습니다. 한국기원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한 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또한 바둑계 내부의 적폐를 해소하고 주변을 꼼꼼히 살펴 바둑계 환경을 정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다시 한 번 바둑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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