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희에게' 김희애,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윤희가 있죠"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19-11-13 14: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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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사진: 리틀빅픽쳐스)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윤희가 있죠”

지난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윤희에게>의 주연 배우 김희애를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희애는 영화에서 비밀스러운 첫 사랑의 기억으로 인해 오랜 세월 우울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온 한 싱글맘 '윤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이기는 하나 최근 만나볼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영화들과는 달리 우회적이고 은유적이면서도 순수한 표현으로 가득한 한 편의 순수 문학 작품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영화는 스토리 전개과정 상당 부분을 한국과 일본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윤희(김희애)와 쥰(나카무라 유코)의 일상을 대비해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영화는 초반부에 쥰이 윤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두 여인의 특별한 인연과 관계에 대해 힌트를 주고 관객들 역시 그 힌트를 염두에 둔 채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영화 후반부가 될 때까지 윤희가 지닌 첫 사랑의 비밀을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부분은 만날 수 없다.

이런 전개방식 때문에 김희애는 이번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만만치 않은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표현이 별로 없었어요 회상씬도 없고, 분위기로 갖고 있다가 쥰을 만나는 시간도 짧고 그래서 제가 상상속에 캐릭터를 만들고 그걸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도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으면 계속 반복해서 듣고, 영화도 굉장히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고 했죠. 그렇게 담금질을 했어요”

김희애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심플했다. 하지만 그 안에 자못 특별한 이유도 존재했다.

“재미있어서요. 배우로서 이 역할을 해서 어떻데 보여질 지 생각을 전혀 안 하게 만든 책(시나리오)였어요. 예컨대 된장찌개에는 MSG가 들어가야 맛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뭐가 안들어가도 팔릴까’ 싶을 정도로 순수했고, 그래서 저도 참여하고 싶었죠. 장사가 잘 되어야 할 텐데…(웃음)”
 

▲김희애(사진: 리틀빅픽쳐스)
이 영화, 그리고 윤희라는 캐릭터가 갖는 가치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김희애는 음식과 식당의 예를 들면서 영화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화려한 레스토랑도 좋지만 어느 (자연에 묻힌) 시골에 주인의 색깔이 진한 작은 식당에 들어가면 블로그에는 나와 있지는 않지만 그런 곳을 발견하면 뿌듯하잖아요. 그런 마음이랄까. 어떻게 보면 우리 영화도 굉장히 큰 주제인데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소소하게 풀어간 게 매력적이고 크게 다가왔는데 몇몇 리뷰에 저와 공감하고 써주신 것을 보고 이미 성공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감사하게 느꼈어요”

김희애는 출연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할 만한 가치’라는 자신만의 기준을 제시했다.

“사람의 관계도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완벽한 시나리오에 멋진 감독님에 빵빵한 제작에…이러면 너무 좋겠지만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어느 정도 평균 이상인 작품에…우리 영화에 대해 용기 있다고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 그런 가치,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안에 가치가 있다면 저는 해요. 한 가지만 봐요 너무 여러 가지 안 보고요”

배우로서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한 질문에 김희애는 극중 배역인 윤희가 되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윤희가 되어야 했고, 충분히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해야 보는 분들이 감정을 이입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어요. 특히 쥰과 만나는 장면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감정을 끌어올리려 했고, 잘 집중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잘 밑받침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애정이 가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질문하자 김희애는 한 장면을 꼽는 대신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 쥰을 만난 순간이 가장 겁났었고, 어떻게 찍을 지 몰라서 긴장을 했었는데 전체적으로 저는 이 영화의 톤이 좋아요. 예를 들어 영화에서 쥰이 후배에게 ‘너도 비밀을 가지고 있다면 말하지 마’ 라고 이야기 하듯 우회적으로 말하는 태도, 정상적인 범위에서 과하지 않은 톤이 저는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에서 ‘재미’라는 요소를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은 역시 딸 ‘새봄’(김소혜)와의 모녀 연기다. 극중 새봄은 윤희에게 여러 측면에서 특별한 딸이다. 특히 엄마 윤희에게 온 쥰의 편지를 읽고 엄마를 여행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할이다.

▲김희애(사진: 리틀빅픽쳐스)

김희애와 김소혜는 영화 곳곳에 배치된 에피소드에서 서로를 대하는 말투나 태도를 통해 ‘현실 모녀’로서의 호흡을 보여준다. 그러는 가운데 애드립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애드립으로 처리한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김희애의 설명이다.

“애드립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놀라워요. 어떻게 그 젊은 남자 감독이 여성인 모녀의 심리를 그렇게 잘 따라갈 수 있는지…참 희한하더라고요. 그런 모녀의 관계를 그린 영화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게 너무 신선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소혜의 연기에 대해서는 장난기 어린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많은 역할을 한 것을 못 봐서 잘 모르겠으나 그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죠 새봄 역할로는…(웃음)”

극중 윤희는 어린 시절 경험한 첫 사랑을 송두리째 부정 당하고 오랜 세월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듯한 삶을 살지만 새봄이 마련해 준 계기를 통해 떠난 여행에서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온전하게 화해하고 새로운 내일을 설계할 힘을 얻게 된다.

김희애는 인터뷰 도중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윤희가 있다”고 말했다.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존재와 존재의 가치를 부정 당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다는 의미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희애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반문하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어떤 존재도 귀한 것 같아요. 풀 한 포기, 새 한 마리도 귀하고 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있는데 어떤 인생이 소중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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