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다이빙 요정' 김수지 "8년 만의 올림픽, 눈물부터 날 것 같아요"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20-02-13 13:25:45
  • -
  • +
  • 인쇄
▲김수지(사진: 스포츠W)

 

지난해 열린 2019 광주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내며 한국 수영은 물론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다이빙 요정’ 김수지(울산시청)를 최근 충북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만났다.

현재 김수지는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오는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김수지는 지난해 7월 13일 광주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 FINA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5차 시기 합계 257.20점을 받아 첸위엔(중국), 사라 베이컨(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다이빙 선수로서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는 김수지가 사상 최초다. 범위를 경영으로 넓혀도 김수지는 박태환(인천시청)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두 번째 선수가 됐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것도 2011년 대회에 출전한 박태환 이후 8년 만이었다.

김수지는 특히 남자 선수인 우하람이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기록한 7위를 뛰어 넘어 한국 다이빙 개인전 사상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갈아 치웠고, 한국 다이빙 전체를 놓고 볼 때도 2009년 이탈리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권경민·조관훈이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 결승에서 달성한 6위의 기록을 넘어섰다.

김수지가 이룬 성과가 갖는 이와 같은 의미로 인해 그는 지난해 각종 언론사에서 선정하는 스포츠 분야 10대 뉴스에 빠짐 없이 이름을 올렸고, 여자 스포츠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상도 휩쓸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을 김수지는 지난해 직접 경험한 셈이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큰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지만 ‘내가 열심히 안 했는데 메달을 땄는데 어떡하지?’ 이런 게 아니라 열심히 해왔으니까 보상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해서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도 그렇고, 상금이나 이런 것도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한편으로는) 부담감보다는 응원으로 더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요.”

지난해 광주 세계선수권 당시 다이빙 경기를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김수지의 메달 획득뿐만 아니라 한국 다이빙의 전체적인 수준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막연히 세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한국 다이빙의 수준이 세계의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두 참가한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결승 진출은 물론 시상대에 오르는 선수까지 배출했기 때문이다. 

 

▲사진: 김수지 인스타그램 캡쳐

 



오랜 기간 국가대표로서 수 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한국 다이빙의 성장을 스스로 확인하고 자기 자신도 성장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 이후에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분위기 역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낀다.

“(동료들이) ‘어 월클(월드클래스)~’ 막 이러면서, 많이 놀리고 하죠. 워낙 어릴 때부터 같이 커왔던 사람들이어서 이젠 거의 가족 같거든요. 욕심이 나서, 질투가 나서 서로 견제하기보다는 잘하면 칭찬해주고 응원해주고 북돋워 주고 하는 사람들이죠. 제가 아무리 메달을 땄어도 저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거든요. 시기가 안 맞고 기회가 안 찾아왔을 뿐이지. 그래서 앞으로 있을 시합에서는 더 기대할 만할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김수지는 한국 다이빙이 성장하고 자신이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내는 데 있어 스승들의 노력과 칭찬이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현재 김수지를 지도하고 있는 코치는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6위에 올라 한국 다이빙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던 선배 권경민 코치다.

“코치 선생님은 ‘정말 빈말이 아니라 너희는 되고도 남는다’고 항상 얘기하세요. ‘메달 순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올림픽 티켓을 따서 올림픽을 뛸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애들이다.’ 이렇게 항상 말씀해 주시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선생님도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고 트레이닝 선생님도 코치 선생님이랑 자주 대화 나누시고 하면서 저희보다 되게 바쁘신 것 같더라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김수지가 따낸 세계선수권 메달은 결국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와실패 속에 서로를 믿고 의지해 가며 꾸준한 노력으로 일궈낸 빛나는 결정체인 셈이다.

김수지는 현재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김수지는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3m 스프링보드 다이빙 개인 종목에 출전하고, 정다연(광주시체육회)과 짝을 이뤄 3m 싱크로다이빙 종목에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m 다이빙 종목도 있지만 이번 올림픽에는 3m 스프링보드 종목에 집중한다.

이미 지난해 12월 29일 끝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군계일학’의 완성도 높은 연기로 무난히 국가대표 자격을 얻은 김수지는 오는 4월에 있을 월드컵을 통해 올림픽 본선행 티켓 획득에 도전한다. 3m 스프링보드 개인 종목의 경우 18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진출하면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지을 수 있다.

김수지는 지난 달 진천 선수촌에 입촌해 회복 훈련을 소화하면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로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고질적인 부상 부위인 허리와 발목 상태를 세심하게 체크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코어 밸런스 운동을 통해 허리 통증을 예방하고 근육 운동으로 발목 인대를 보호해 주는 훈련 등이다.

다이빙 훈련은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가기 전 기초적인 밸런스를 잡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때까지 하루 100~150회 가량 다이빙을 하지만 대회가 임박해서 구체적인 종목을 준비할 때는 하루 50회 다이빙을 집중력 있게 소화한다. 동작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다이빙 횟수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이빙은 대단히 민감한 스포츠다. 스프링보드에서 정확히 원하는 지점을 밟고 도약하기 위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반복 훈련이 이뤄진다. 그렇게 해도 실전에서 제대로 원하는 연기를 해내기는 너무나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다이빙 세계 최강국인 중국의 선수들의 경기는 봐도 봐도 놀랍다.

“저희도 감탄해요. 이게 사람인가 하고…(웃음) 일단 노련미 같은 것도 그렇고…저희는 도약 부분에서 약간 실수가 있어서 보드 뒤를 밟는다던가 보드 앞으로 발가락이 빠진다든가 이러면 당황을 하니까 원래 하던 동작이나 이런 게 제대로 안 나오는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중국 선수들은 (스프링보드) 뒤를 밟던, 발이 빠지던 아랑곳하지 않고 다 잘 들어가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 신기하고. 일단 시합에 대한 그런 경험이 많으니까 그런 것에도 트레이닝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중국 선수들의 경기가 이렇듯 뛰어나긴 하지만 무조건 중국 선수들을 따라가지는 않는다는 것이 김수지의 설명이다.

“코치 선생님은 중국 선수들이 제일 잘하니까 중국 선수들만 하는 것을 보기보다는 ‘어느 나라 선수의 어느 동작이 좀 더 깔끔한 것 같다.’ 이런 거로 저희한테 몇 번씩 제의도 해보고, 권유도 해보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중국 선수들을 마냥 따라 하기보다는 저희 스타일에 맞춰가면서 하고 있어요”

김수지가 오는 4월 월드컵에서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면 8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을 경험할 기회를 잡게 된다.
 

▲김수지(사진: 스포츠W)


김수지는 14세에 불과하던 천상중 3학년 시절 생애 처음으로 출전했던 국제대회였던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올렸고, 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당시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였다.

“그때는 일단 제가 국제대회라는 개념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국내대회보다 좀 편하게 뛰었다는 것도 있고 일단 좀 생각이 없잖아요.(웃음) 어릴 때니까 그래서 덜 긴장하고 뛰어서, 더 잘됐던 거 일 수도 있고…”

그렇게 어린 나이에 난생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올림픽 출전 티켓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김수지가 장점을 지닌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가 생각보다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닌데 어떤 상황에서 무감각한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만약에 어떤 상황을 제대로 알고 시합을 뛴다면 제가 엄청 긴장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알려 하지 않고 그냥 제 할 것만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주변에서는 멘탈이 다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나 14세의 나이로 나간 첫 올림픽 무대. 어찌 보면 얼떨결에 나간 올림픽이랄 수 있는 런던올림픽에서 김수지는 좌충우돌이었다. 시차 적응을 못한 상태에서 졸면서 경기를 뛰었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뺨도 때려보고 했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기가 너무 어려웠다.

결국 그는 런던올림픽 여자 10m 플랫폼 예선에서 215.75점으로 전체 참가선수 26명 중 최하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10대 중학생 신분으로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지만 당시의 경기 장면은 그다지 되새기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그때 제가 사춘기가 온 시기라 엄마 아빠랑 맨날 다툴 때여서…(웃음) 그런데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고 기뻐하시긴 헸었어요, 당연히 그랬겠지만….이제 와서 느끼는 건데 약간 정신을 덜 차리고 하면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김수지는 첫 올림픽 출전의 의미가 당시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비로소 그때 무척 큰일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김수지는 울산 무거고에 다니던 3년 동안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금메달 10개를 휩쓸었고, 2015년 처음 출전한 러시아 카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결선에 올라 8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여자 다이빙의 주축 선수로 승승장구했다.

어느덧 한국 여자 다이빙의 희망이 된 김수지는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로 삼으려 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준비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 리우 올림픽 출전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그 충격으로 김수지는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김수지를 결정적으로 자극했던 계기는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김수지는 결승진출에 실패했고,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선배들이 준결승에 다 올라갔어요. 그래서 저 혼자 관중석에 앉아서 언니들을 응원하는데 ‘나도 저 자리에서 같이 시합을 뛰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고 부러웠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2~3개월을 ‘내가 평생 이 정도로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어요.”

스스로 더 이상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김수지는 그해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김나미와 짝을 이뤄 여자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에 출전,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점수(280.89점)를 받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수지 스스로 자신의 기량이 한 단계 올라섰다고 느낀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얻은 김수지는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국제경쟁력을 재확인했고, 지난해 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다이빙 역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이란 무대가 선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는 나이가 된 탓이리라.

큰 실수만 없다면 월드컵에서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지만 ‘월드컵’, ‘올림픽’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하지만 막상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상황을 떠올려 보면 행복하다.

“너무 행복하겠죠. 8년 만에 다시 나가는 올림픽이니까. 일단 눈물부터 날 것 같아요. 너무 간절해서…”

 

▲김수지(사진: 스포츠W)


이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벌써부터 올림픽에서 ‘몇 위 안에 들겠다’ ‘메달을 따겠다’는 식의 목표보다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 아직 올림픽보다는 그 전에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하는 월드컵에 집중하고 있다.

“후회 없는 시합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잘하는 게 맞는 거고 잘해야 후회가 없는 거니까. 그래서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최선을 다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그랬지만 도쿄 올림픽 역시 김수지에게는 다이빙 국가대표 선수로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한국 다이빙을 좀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다.

10대 중학생 때 출전해 본 올림픽 무대를 20대가 되어서 다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을 지켜봐 주는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은 부담감을 주는 요소라기 보다는 고통스러운 훈련을 이겨낼 수 있는 비타민 같은 존재다.

김수지가 전하는 말 속에 그런 생각이 묻어난다.

“아직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열심히 해서 그 분들까지 저를 알 수 있도록 큰 선수가 될 거에요. 저를 알고 계신 분들은 지금처럼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으면 해요. 그 응원에 힘을 받으면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좀 덜 힘들 것 같아요.“

 

[자료정리: 임가을]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