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영화] 달리는 청춘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현실 '아워 바디'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19-09-24 12: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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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사 진진

 

8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했지만 번번이 시험에 떨어지며 공부와 삶을 모두 놓아버린 자영(최희서 분)은 우연히 건강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현주(안지혜)를 만나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자영은 처음엔 무작정 현주를 따라 달리다가 자신의 몸과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펑펑 울어버린다. 

 

그러나 자영은 좌절하는 대신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단련해 나가면서 군살이 빠져 평소에 맞지 않던 바지가 들어가는 등 신체적으로 건강한 변화를 맞이하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외모도 점차 '사람의 몰골'을 되찾아간다. 

 

그와 같은 변화는 자영의 일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방에 틀어박혀 시험지만 보던 자영은 오랜 친구가 일하는 리서치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고, 운동이 몸에 익숙해지는 속도에 따라 사회인으로서 세상에 대한 적응도 속도를 낸다. 

 

▲자영 역의 최희서(사진: 영화사 진진)

 

하지만 달리기를 통해서 찾은 인생 2막은 곧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를 단순히 '여성 운동 참여 계몽 영화' 쯤으로 생각하고 극장 객석에 앉게 된다면 영화를 보고난 뒤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워 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은 주변 사람들이 운동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 운동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가진 현실의 답답함이나 좌절감을 해소하기 위해 운동에 몰입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 감독은 "‘현실에서의 좌절을 해소하려고 운동을 한다면 일시적인 도피는 되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있을 텐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고, 이 고민이 영화 <아워 바디>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의 몸은, 그리고 운동은 정직하다. 안 먹고 운동하면 그 만큼 살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나면서 근사한 라인의 몸이 만들어진다.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조각과도 같은 몸을 갖게 되면 '몸'이라는 겉모습에 대한 주변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스스로는 생활의 활력을 가지고 이전에 없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의 변화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현주 역의 안지혜(사진: 영화사 진진)

 

자영과 현주는 서로에게 "너는 달릴 때 무슨 생각 해?"라는 질문을 던진다. 

 

운동에 몰두하면서 몸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떨치지 못하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자영과 현주가 이 질문에 뭐라고 답했는지, 그리고 운동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몸과 외모를 갖게된 이후 그들의 현실, 그리고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럼 나는?'이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몸'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몸'이 아닌 '자아'에 관한 영화다. 

 

각자의 고민들을 안고 달리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자영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 세대의 삶을 환기하면서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라는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 <박열>로 2017-2018년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쓴 배우 최희서는 이 영화에서 굵은 테 안경에 핏기 없는 얼굴의 고시생이었던 자영이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생기 넘치고 섹시함마저 느껴지는 몸과 외모로 일상에서도 큰 변화를 맞이하는 자영의 변화 과정을 말투와 몸짓, 표정을 통해 현실감 있게 표현해 냈다.

 

▲자영 역의 최희서(사진: 영화사 진진)

 

최희서는 고시생 자영이 동경의 대상이던 현주와 같은 탄탄한 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철저히 연구한 후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식이요법과 트레이닝을 통해 영화에서 필요한 만큼의 몸의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후문이다.

 

건강한 활력과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동시에 지닌 자영의 롤모델이자 멘토로서, 무기력하던 자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현주 역의 안지혜도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수 년간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야 하는 배역인 만큼 안지혜는 영화에서 달리기와 운동에서 실제 트레이너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자세와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돈이 없어 엄마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한 가족의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하여 독창적으로 그려낸 2017년 작 <장례난민>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한가람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인 <아워 바디>로 개봉 전부터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 받으며 국내외에서 인정받았다. 

 

특히 세계 5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2회의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호평을 받았으며, 제43회 홍콩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한국 영화 100주년’ 부문에 초청, 상영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 후보에 올라, 최희서가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9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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