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팬' 송민교 아나운서 "조코비치 경기 중계 때 더 조심하고 긴장하죠"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18-10-17 09: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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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송민교 아나운서 인터뷰: PART2

"취미가 일이 됐을 때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죠. 초반에 가장 고전했던 게 그거였어요" 

 

송민교 아나운서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테니스를 중계하게 된 기쁨에도 불구하고 첫 중계에서 느껴야 했던 난감함과 고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뭘 해야 될 지를 몰랐어요. 영어로든, 우리말로든 그렇게 숱하게 테니스 중계를 많이 보고 분위기도 상황도 다 아는데 말로 하려니 안 나오는 그런 난감함이 있었어요"

 

이런 현상이 비단 송 아나운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대체로 비숫한 경험을 하곤 한다. 

 

▲송민교 아나운서(사진: 스포츠W)

"경기를 보면 다 보이는데 말로 안 나오더라고요. 포핸드로 친 걸 아는데 입으로는 '백핸드'가 나오니까...스스로 좀 그런 감정이 많이 들었죠 '충분히 다 아는데 왜 말이 헛나오고 안 나올까' 하는...캐스터는 경기 전체를 아우르면서 해설자의 전문적 설명을 끌어내야 하고, 경기장 분위기도 봐야 하는 넓은 눈을 가져야 하는데 병아리 캐스터로서는 고민이 굉장히 많았죠" 

 

좌충우돌의 첫 중계를 마치고 한 경기 한 경기 중계를 해나가다보니 어느새 지금은 대한민국 대표 테니스 중계 캐스터로 성장했다. 

 

송 아나운서의 테니스 중계의 특징은 뭐니뭐니 해도 꼼꼼한 기록과 데이터의 전달이다. 그의 중계를 듣고 있다 보면 '도대체 저런 기록은 어디서 난 기록이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것도 아빠에게 감사해야 하는 부분에요. 다른 사람에 비해 영어를 빨리, 생활하면서 썼기 때문에 외국 기사를 읽는 거에 조금은 이점이 있지 않나 싶어요. 기사 많이 찾아보는 편이고 선수 인터뷰도 많이 찾아본다. 공식 대회 사이트에서 주는 데이터 뿐만 아니라 WTA나 ATP 사이트 정보를 찾아보죠  적어도 이번 대회 성적까지 반영되어야지 하고 계산기 두드려보고 데이터 정리하고. 위키피디아 찾아보고..."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1대1 스포츠'이며, 매 대회 매 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상대가 달라지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진 상황에 따라 데이터를 수정하고 보충해야 하다보니 중계 캐스터로서 테니스 중계가 굉장히 힘 드는 스포츠인 걸 새삼 깨닫는다고. 

 

테니스 중계 캐스터로서 테니스가 갖는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먼저 돌아온 키워드는 '돌발변수'였다.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각종 스킬, 테크닉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각각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조합을 맞춰보는 재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할렙과 오스타펜코가 만났을 때, 할렙과 플리스코바가 만났을 때, 이런 조합을 맞춰보는 것이죠."

 

송 아나운서가 언급한 '돌발변수'는 곧 각종 대회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대진을 이야기한 것으로 대진 변화 내지 변화 가능성에 따라 각기 개성이 다른 선수들의 카드를 맞춰 보며 경기 양상이나 경기 결과를 예상해 보는 묘미가 테니스가 가진 매력이라는 말인 셈이다.  

 

▲사진: JTBC 중계방송 화면 캡쳐
 

4대 그랜드슬램 대회들이 가진 성격이 모두 다른 점도 테니스의 매력으로 꼽았다.  

 

"대회 별로 성격이 다른 것도 흥미롭죠. 윔블던은 경건하게 경기를 치르는데 3주 후 US오픈에서는 카니발 같은 분위기고. 남반구라서 호주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고..."

 

그러다 송 아나운서는 프랑스오픈에 대해서는 "중계하는 입장에서 가장 싫은 대회"라고 했다. 

 

"롤랑가로 경기장에는 라이트도 없고, 지붕도 없고, 호크아이(인-아웃 판정을 내리는 비디오 판독 장치)도 없다보니 지구 반대편에서 중계하는 입장은 정말 힘들어요.(웃음). 또 일몰 되면 경기가 끝나니까 대기하다가 경기가 없다고 하면 허탈해지죠."

 

작년 프랑스 오픈에서는 비 때문에 대회 일정 가운데 하루 일정이 통째로 취소되고 다음 날로 연기되기도 했다. 

 

"나름대로 국가적 특성이라 비난할 수 없지만 중계하는 입장에서 가장 야속했던 것은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통보가 늦는거에요. 기다리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테니스 팬들에게 송민교 아나운서가 노박 조코비치의 팬이라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다. 조코비치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간 적도 있다. 중계에서 직접적으로 '팬심'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인터뷰에서 그는 조코비치의 팬임을 밝힌바 있다.  

 

그래서 송 아나운서는 조코비치의 경기를 중계할 때 특히 중계 멘트나 음성 조절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잠시만 방심하면 곧바로 아버지의 놀림 섞인 모니터링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빠가 저를 놀리는 걸 좋아하세요. 조코비치 경기가 있으면 혹시 말 한 마디 편파처럼 들릴까 더 조심하고 긴장하고 들어가는데 아빠는 그걸 아시니까 '오늘 목소리가 다른 때보다 밝았어' 하고 놀리세요.(웃음) 알면서도 다시 복기해보게 되죠" 

 

중계에서는 그렇게 조심스러운 대상인 조코비치지만 그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송 아나운서의 멘트가 미리 준비한 듯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세계랭킹 3위 할 때부터 유심히 봤어요. 굉장히 공격적이고 치열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에 파이팅 넘치는 경기력이 멋있었죠. 또 자신을 정말 잘 알고, 단점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라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한창 전성기 때 코트 구석구석에 떨어지는 샷들이 페더러와는 또 다른 궤적을 그리면서 떨어지는 게 멋있었죠."

 

▲사진: 노박 조코비치 인스타그램 캡쳐
 

테니스 선수로서의 경기력 뿐만 아니라 테니스 외적인 인간적인 매력도 송 아나운서로 하여금 조코비치를 좋아하게 만든 요소였다. 

 

"팬서비스가 확실하죠. 그런 재기발랄한 모습이 참 좋아요. 조코비치가 샤라포바를 따라하는 걸로 유명한데 그런 깨알같은 순간순간의 장난스런 부분들까지...이전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게 굉장히 신선했죠"

 

국내 대표 테니스 캐스터이면서 조코비치를 사랑하는 팬이지만 아직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다고 했다. 

 

"아직 만나본 적은 없어요. 혹시나 조코비치가 이 인터뷰를 본다면 제가 만남을 고대한다고. 전해주세요(웃음)"


송 아나운서는 올해 호주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최근 각종 대회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세계랭킹 27위)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팬심을 전했다. 

 

"호주 오픈 때는 사기가 잔뜩 올라서 '나 정현이야! 보고 있나!' 그런 느낌, 뭘 해도 확신에 찬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부상 때문에 조금 더 조심스러워 하는지, 한 발자국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인지 잘 모르겠어요. 빨리 ‘보고 있나!’로 돌아오면 좋겠어요"

 

여자 선수 가운데 눈여겨 보는 선수가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 송 아나운서는 우선 다리아 카사트키나(러시아, 세계랭킹 14위)를 꼽았다. 

 

"윔블던에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오스타펜코를 보고 ‘닥공’(닥치고 공격) 테니스라고 하는데 카사트키나는 ‘닥공’에 수비까지 갖춘거에요. 중계하면서 해설위원님들과 '어디서 나온 거냐'며 깜짝 놀랐죠. 그 뒤로 성적이 윔블던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선수에요"

 

카사트키나 다음으로 송 아나운서가 언급한 선수는 역시 'US오픈 챔프' 나오미 오사카(일본, 6위)였다. 

 

"나오미 오사카의 침착함을 보고 놀랐어요. (US오픈 결승에서) 그 큰 선수(세레나 윌리엄스)를 상대하는 침착함에 놀랐고,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어머니와의 모습에 울컥했어요."

 

US오픈 결승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당시 논란이 됐던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세계랭킹 17위)를 둘러싼 성차별 논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송 아나운서는 일단 세레나의 입장을 이해했다. 

 

"세레나가 그렇게 언급했다는 건 그간 알게 모르게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죠. 성적 차별이나 인종 차별이나....큰 대회고 출산 후 복귀하면서 갖고 있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걸음만 나서면 정말 큰 우승이기에 욕심이 날 수 밖에 없었을 거에요"

 

이어 송 아나운서는 세레나에 느꼈던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고 오래 유지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조금 아쉬웠어요. '상대가 자신를 존경하고 자신을 보면서 테니스의 꿈을 키워왔다고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야 했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상대 선수는 스무 살이고 첫 메이저 결승에 나왔어요. 그날 나오미 오사카는 정말 훌륭했어요.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미라 위원과 입을 못 다물 정도였죠. 그렇게 잘 하고도 트로피 세리머니를 할 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게끔 만든 그 상황이 아쉬워요. 정치적인 부분이나 다른 부분 다 배제하고 경기만 놓고 복기했을 때 그런 부분이 아쉬웠어요

 

송 아나운서에게 지금까지 중계한 경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중계를 꼽아달라고 하자 '페더러의 307번째 경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로저 페더러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307번째 승리를 기록한 2016년 윔블던 8강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당시 승리로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통산 307승을 기록, 그랜드슬램 최다승 역대 1위에 올랐고, 이후 그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거둔 승리는 그대로 신기록이 됐다. 페더러는 현재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만 332승52패를 기록 중이다. 

 

송 아나운서는 페더러의 기록행진이 시작이 된 경기 중계를 자신이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307승 경기) 이후로는 모든 경기가 역사인데 그 시작을 제가 했다는 게...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지만(웃음) 개인적으로 그게 큰 의미였어요. 페더러는 게임 레벨로 치면 신계의 선수. 농구로 치면 코비 브라이트 같은 선수죠. 그 선수 역사의 시작점을 중계했다는 걸 SNS에 남기기도 했어요. 중계를 더 잘 하고 싶었고, 그 경기가 뿌듯했어요."

 

'보는 테니스' 내지 '전하는 테니스' 이야기에 이어 '하는 테니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송 아나운서의 테니스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테니스는 어렸을 때 배우다가 상황이 안 돼서 그만 뒀어요. '다시 해야지' 하다가 지금까지 왔네요(웃음). PD 중 한 분이 너무 재미있다고 빨리 와서 복식하자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은 좀 무서워요. 뭔가 하나에 꽂히면 굉장히 깊게 파는 성향이라 시작을 하기까지가 조금 어려웠는데...해야죠.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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