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 선수 옷 벗은 김가영, "3쿠션 선수 옷 제대로 입은 모습 기대하세요"

임재훈 기자 / 기사작성 : 2020-07-05 06: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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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재훈 기자] '포켓볼 여제'에서 3쿠션 프로당구 선수로 변신한 김가영이 두 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김가영은 3쿠션 프로당구로 무대를 옮긴 지난 시즌 탁월한 적응력과 특유의 승부근성을 앞세워 한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스포츠W는 2020-20201시즌 PBA/LPBA 1부 투어 개막전인 'PBA-LPBA투어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 개최에 즈음해 지난 달 30일 인천 주안에 있는 한 당구클럽에서 김가영과 만나 길었던 지난 비시즌에 관한 이야기와 새로운 시즌에 임하는 각오와 목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가영(사진: 스포츠W)

우선 프로당구 선수로서 두 번째 시즌을 맞게 된 데 대해 김가영은 '감개무량'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한 소감을 전했다. 

 

"미국에서도 프로로 뛰었었고 포켓볼로요. 미국에서도 뛰었었고 또… 뭐 일단 포켓볼 선수로서 후원을 받고 돈을 벌면서 이제 선수생활을 하긴 했지만 프로 농구나 야구나 아니면 이런 다른 프로스포츠처럼 연봉을 받고 뛰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프로당구 출범을 굉장히 바랬어요. 그게 포켓볼이든 3쿠션이든... 당구라는 종목이 프로스포츠가 된다는 것이 아마 모든 선수들한테 꿈같은 이야기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번에는 지난 달 있었던 'PBA-LPBA투어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의 미디어데이에서 나왔던 말을 되짚었다. 

 

미디에데이 당시 김가영은 새 시즌 목표에 대해 "몇 승을 거두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작년에 첫 번째 시즌 참가할 때는 포켓볼 선수가 3쿠션을 얼마나 치는 지 보여드리는 느낌이었다면 올해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은 3쿠션 선수로서의 김가영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청하자 김가영은 '포켓볼 선수의 옷을 좀 벗고 3쿠션 선수의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정리했다. 

 

물론 내용은 간단치가 않다. 김가영은 다소 길게 '3쿠션 선수의 옷'에 대해 설명했다. 

 

"기본기도 그렇고요 자세라든가 스트로크라든가 공을 구사하는 방법이라던가… 3쿠션이랑 포켓은 공을 구사하는 방법들이 조금 달라요. 포켓은 회전을 적게 쓰고 두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에 3쿠션은 두께는 편안한 두께에다 두고 회전으로 조절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아무래도 작년까지는 제가 회전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같은 공을 구사를 하더라도.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조금 더 그런 테크닉적인 부분이 달라지지 않았나…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노력도 많이 했고요."

 

지난 미디어데이 당시 꼭 이겼으면 하는 선수를 지목해 달라는 질문에 김가영은 "솔직히 내가 (누구를)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것 같다. 왜냐면 아직 3쿠션 선수로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다른 선수들이 저를 라이벌로서 두려워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겸손한 태도를 나타낸바 있다. 

 

▲김가영(사진: 스포츠W)

 

이날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져 봤다. 김가영의 대답은 미디어데이 당시의 답변이 어떻게 나온 답변인지에 대해 고개를 끄덕여지는 답변을 내놨다. 

 

"어떤 과정이 있어야 그런 선수가 있겠죠. 예를 들면 이 선수를 내가 1년 내내 못 이겼다라던지 뭔가 히스토리가 있어야 딱 뭐 라이벌 구도라던가 아니면 뭔가 목표라던가 이게 있는데 특별히 히스토리가 없는거에요 저한테는 사실은...좀 쌓여야죠, '저 선수만 만나면 내가 괜히 불편하고, 잘 못치고 이런 히스토리가 어느정도 쌓여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게 없는 것 같아요." 

 

김가영은 15살 시절이던 1997년부터 23년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세계를 누볐고, 프로 선수로서도 숱한 국제경기를 위해 세계 곳곳을 다녔고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상황은 이전에 겪어 본일이 없었고, 그런 이유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기나긴 비시즌을 경험해야 했다.  아무리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라지만 이와 같은 사상 초유의 경험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지칠 법도 했지만 김가영은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내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고 그 부분들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내가 지치고. 해결도 안되고 그래서 그냥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는 거죠. 그 안에서 또 어떤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는거고...그래서 저는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이 기간 김가영은 3쿠션 프로당구 선수로서 어울리는 옷을 입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사실은 이게 시즌이 시작하다보면 테크닉적인 연습, 또는 아주 기본적인 연습은 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그 연습들은, 그 훈련들은 시간이 걸려요. 그런 테크닉이나 기술들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저한테는 그 부분들이 굉장히 부족했죠. 그래서 이번 시간을 그런 부분들을 채워넣을 수 있는 좋은 시간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했어요"  

 

김가영은 지난해 3쿠션 프로당구 선수로 전향한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출전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데 이어 투어 6차 대회에서는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놀라운 적응력과 센스, 그리고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유감 없이 발휘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3쿠션 프로당구 선수로 전향한 첫 해에 우승까지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와 이렇게 빠른 적응을 보여줄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역시 답은 '완벽 지향'과 '승부사 기질'이었다. 

 

"사실은 그런 예상은 안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승을 할 거다’ 이런 예상 보다는 ‘일단 열심히나 해보자, 창피하지 않게’...(웃음) 제가 한번 파면 좀 끝까지 파는 스타일이라서 뭔가 안 되는게 있으면 중간에 포기를 잘 안해요. 확실하게 좀 내 걸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고 그게 어느 정도 먹힌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당구선수로서 김가영은 언제부터 유명했을까? 이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원래부터' 쯤이 될 것이다. 

 

그 만큼 김가영은 당구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단순한 취미생활의 대상이나 시간 때우기용 오락거리가 아닌 정식의 스포츠로서 인식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여자 당구의 대명사로 통했던 선수다. 

 

▲김가영(사진: 스포츠W)

 

이제 겨우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그는 15살 시절이던 1997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누볐고,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세계 곳곳에서 수 많은 명승부를 펼쳐오면서 최고의 자리에서 명성을 쌓았고,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지만 20년을 훌쩍 남기는 시간동안 최고의 자리에서 롱런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앨리슨 피셔라고 굉장히 전설인 영국의 포켓볼 선수가 계세요. 그 선수에게 7년 전쯤 ‘나도 당신같은 레전드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당신같은 레전드가 될 수 있겠냐’라고 물어봤더니 그 선수는 ‘그냥 오래 잘 하면 돼’라고 하더라고요 말은 되게 간단하고 쉽지만 행동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했죠. 기본적으로 '오랫동안'이잖아요. 늙어도 잘 해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 체력이 뒷받침이 되야하겠구나, 끊임없는 연구를 해야되겠구나, 도전자들을 두려워하면 안되겠구나.' 이런 나름대로 내가 해야될 것들을 정리를 했고 그걸 하려고 노력을 해왔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그 선수의 그 한 마디가 저한테는 굉장히 많이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미디어 친화적인 스포츠가 각광을 받게 됐고, 당구 역시 TV중계의 활성화로 인해 꾸준히 인기가 상승해 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자 선수들의 경우 화장과 옷차림 등 외형적인 부분에 대해 논란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김가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인형의 외모에 운동으로 다져진 군더더기 없는 몸매에 보기에 따라서는 야하게 느껴질 만한 복장으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선수가 김가영이다. 

 

이 문제에 대한 김가영의 견해를 물어봤다. 역시 반응은 '쿨' 그 자체였다. 

 

"옷을 야하게 입는 것도 제가 좋아서 입는거에요.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내가 내 모습을 봤을 때 뭔가 정리가 잘 되어있으면 공도 잘 맞아요. 3쿠션 선수로서나 포켓볼 선수로서나 그에 맞는 복장을 잘 차려입고 나갔을 때 제 품위도 살고, 제 기분도 좋죠" 

 

당구경기의 TV중계가 활성화 되면서 경기중 시시각각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선수들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 표현이 화제가 될 때가 있다. 종종 경기 상황에 따른 개인 감정이 표정으로 표출된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웃음을 자아내는 선수가 적지 않다. 

 

김가영 역시 이 문제 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표정 관리를) 하려고 해봤거든요? 제가 정말 싫어하는게 무표정하게 있으며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가요. 너무 싫거든요 이 표정이...그런데 안되더라고요. 이걸 고치려고 하니까 당구가 안돼요. 그래서 '아, 배우들은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그건 끝나고 나서 내가 방송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드는데. 사실 경기중에는 그런거 생각할 틈이 없어요. 당장에 내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 바쁘기 때문에...(웃음)"

다시 프로당구 투어 이야기로 돌아왔다. 

 

최근 스포츠 양성평등의 개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프로당구 투어의 남녀 상금 차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 남자부 대회 총상금은 2억5천만원, 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이에 비해 여자부 투어별 총상금은 4천만원, 우승 상금은 1천500만원이다. 파이널 투어 역시 남자부는 총상금 4억원, 여자부는 총상금 5천만원 규모로 진행된다. 남자부와 여자부의 상금차가 현격하다. 

 

김가영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번도 이런 경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여자와 남자 상금이 같고요 미국 같은 경우에도 약간의 차이가 날 뿐이죠. 하지만 이렇게 5배씩 차이가 나는 대회는 뛰어본 적이 없어요. 저는..."

 

하지만 이내 국내 프로당구의 냉정한 현실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저는 조금 냉정하게 보는데요. 사실 (상금이) 많으면 좋죠, 근데 이게 결국 프로는 돈이랑 떨어뜨려 놓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시청률이라던가 아니면 스폰서 문제라던가...기본적으로 (남녀) 기술차이가 너무나도 많이 나고요. 냉정하게 얘기하면 사실 이 당구장 안에도 저보다 잘 치는 남자 아마추어 동호인분들이 많으세요.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김가영은 앞으로 여자 프로당구만의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이와 같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그 어느 정도 수준을 끌어올리고 우리가 어느 정도 남자 당구에 묻어가는 여자 3쿠션의 이미지가 아니라 여자 3쿠션 자체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을 해내면 그때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받는 대우나 보여지는 가치나 이런게 달라지지 않을까. 그게 저희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거죠." 

 

김가영은 앞으로 국내 여자 당구의 간판 선수로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그 전에 전체적인 여자 프로당구의 수준 향상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스스로도 노력한다는 생각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거죠. 최대한 어떻게 하면 더 당구가 좋게 보일 수 있을까. 일단 수준이 높아져야되고, 선수들의 보여주는 모습들이 좀 달라져야 되죠 기술이든 실력이든…"

 

김가영은 포켓볼 분야에서는 '여제' 소리를 들었던 선수지만 3쿠션 분야에서는 이제 프로 2년차를 맞는 루키에 가까운 선수다. 하지만 그의 어깨에 짊어진 당구계 맏언니로서의 시선은 단순히 한 명의 선수로서 한 시즌을 치르는 데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지난 시즌 6차례의 투어 대회 가운데 당당히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으로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김가영이 팬들을 향해 어떤 명승부를 선물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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